그놈이 또 풀대를 곶았어
옛날에 시골에 사는 한 부자가 깊은 산 밑에 양전을 백여 마지기를 개간했으
나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게 되어 밭을 갈아 먹을 수가 없었다. 부자는 밭을 갈
지 못해 한 톨의 수확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밭이 날로 황폐해져가는 것이 아깝기
그지 없었다. 부자는 생각다 못해 그 호랑이를 잡는 자에게 자기의 딸을 주겠다
고 널리 전하자 얼마 후 한 장사가 찾아와 자기가 호랑이를 잡겠다고 나섰다.
이리하여 장사가 홀로 밭에 나가 밭을 갈며 사방을 경계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
아 과연 맹호 한 마리가 울부짖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과연 천하
장사인지라 날쌔게 몸을 날려 호랑이를 잡아 허리를 부러뜨려 던져 버렸다. 그
때 허리가 부러져 다 죽게 된 호랑이의 신음 소리를 듣고는 여우가 나타나서 호
랑이게게 물었다. "호랑이 숙부께서는 어인 일로 이렇게 신음하고 계시옵니까?"
하고 공손이 묻자 호랑이가 대답했다. "내가 저 밭을 갈려는 자를 잡아 먹기를
여러 해 해왔는데 오늘 밭을 갈려고 온 자로 인해서 내 허리뼈가 부러졌구나."
하고 계속해서 신음하니 여우는 "숙부께선 언제나 산군이라하여 위엄을 뭇 짐승
들에게 떨치시더니 어찌하여 촌놈에게 허리가 부러졌소? 내 숙부님을 위해 그
원수를 갚으리라." 하고 호기를 부리더니 여우는 금새 빼어난 미녀로 둔갑하는
것이었다. 여우가 미녀가 되어 장사를 유혹했으나 그는 이미 그게 요물이 둔갑
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 채고는 뒷다를 꺾어 내던져 버렸다. 여우란 놈은 절룩거
리며 호랑이 옆으로 기어오더니 "숙부 나도 당했어요" 하고는 푹 고꾸라지자 이
때 한 마리 벌이 날아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두분이 촌놈 하나를 이기지 못해
허리와 다리를 다쳤으니 참으로 남 보기에 챙피하고 민망하오. 그 대신 내가 날
아가 이 날카로운 입바늘로 그놈을 찔러 피가 솟구치게 해서 말라 죽여 버릴 것
이오. 내 기필코 두분의 원수를 갚고 오겠으니 잠시만 기다리시오." 하고는 노기
충천하더니 어느 틈에 장사의 머리에 붙었다. 그런데 독침을 꽂으려는 순간에
장사는 풀대를 꺾어 벌을 항문에다 꽂았다. 벌은 제 몸의 몇 배나되느 풀대를
항문에 꽂은 채 아픔과 혼미로 나는지 구르는지도 모르고 호랑이와 여우가 앓고
있는 곳까지 겨우겨우 왔다. 이럴 즈음 부자는 상황이 궁금해서 딸에게 장사의
생사를 살피고 오도록 일렀다. 부자의 딸이 조심조심 밭에 이르니 장사는 거뜬
히 살아 있었다. "내 이미 호랑이를 잡고 밭을 갈게 되었으니 당신은 마땅히 내
아내가 되었소" 하고 장사가 그녀를 끌어 안으니 두 남녀는 그만 그 자리에서
합일되었다. 그때 장사가 여자의 허리를 안는 것을 본 호랑이란 놈은 "저것도 필
경허리가 부러지겠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다시 장사가 여자의 두 다리를 들어
올리자 이번에는 여우란 놈이 "어어, 저것도 다리가 부러지게 됐어" 하고 자기의
일처럼 놀라는 것이었다. 이윽고 장사가 그의 물건을 여자의 엉덩이에 밀어 넣
자 이번엔 벌이 "저것 봐, 그놈이 또 풀대를 꽂았어!"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를 무심히 지켜보고 있단 산신령이 갑자기 배꼽을 움켜쥐고 웃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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