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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이랑놀기♬/[♡] 꺼리랑

한국인의 성풍속도 ...9

by 정령시인 2010. 3. 18.

도리어 소녀의 술책에 빠진 간교한 총각
 

  옛날에 서울 생원  한 사람이 나이가 늙었는데도  아무런 이름이 없고 거디다
집안은 가난하여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가 호남 어느 조그만 읍내에 머물러 이
교의 자제들을 모아 놓고  훈장질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지 4,5년이 지나자
생원이 늙어 죽고 다만 처와  딸이 있는데 나이 열 여덟 살이 되어 가난하여 시
집을 보내지  못하였다. 그 때 이웃집  양반이 그 현미함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정혼하고 예의를 행하려  하였다. 그런데 가까운데 있는 본읍 이방의  아들로 통
인으로 다니는  놈이 있었는데 그 또한  학동이었다. 이 자가 문득  생원의 집에
와서 여종을 보고 "너의 아가씨가  내게 와서 글을 배울 때에 여러번 나하고 몸
을 섞었느니라" 하거늘 여종이 주인 처녀의 어머니에게 이를 고하였다. 어머니가
혼비백산하여 얼굴빛이 흙빛이 되어 그 딸에게 "이게 웬일이냐?" 한 즉 그  딸이
말하기를 "이는 그놈이 나의 아름다움을  듣고 우리 집이 또한 보잘 것 없이 외
롭고 약한 것을 넘보아 이런  불측한 계책을 꾀하였으니 그까짓 것은 상대할 것
도 없습니다. 피차  자재함보다 관가에 고발하여 신설함만 같지 못합니다."  하며
처녀가 낯빛을 변치 않고 말하니  곧 교자를 타고 관가에 들어가서 고해 바치었
다. 사또가 해괴히 생각하여 밝히기 어렵게 여기
더니 얼마동안 끙끙 생각하다가 통인을 불러 들여 "네가 말하기를 저 처녀와 여
러 번 상통했다 하니 그 얼굴과 그 몸뚱이를 자세히 알릴 것이며 일일이 상세히
고하라. 만약에 어기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한 즉 통인이 일일이 고하므로 사
또가 처녀로 하여금 보교앞에 출입케하여  자세히 본 즉 통인의 말과 조금도 다
를 것이 없었다. 이는  통인이 사람을 시켜 미리 그 자세한  것을 정탐하여 말한
것이었다. 사또가 크게 놀라 할 말이 없으니  처녀가 이미 통인의 관계로 인하여
사또의 판결이 어려운 줄 알고  "소녀의 왼쪽 가슴 아래 있는 검은 사마귀가 밤
톨만 하옵고 그 사마귀 위에  터럭이 수십 개 나 있는데 이는 다른이는 알지 못
하는 바여서 이미 이르되 상통하였다 한즉 그가 반드시 알 수 있을 것이니 차례
로 이로써 하문하시옵소서" 라고 말했다. 이에  그거 좋은 의견이다 싶어 사또는
곧 통인을 불러 "네가 이  처녀와 상통했다 하니 남이보지 못하는 곳에 혹은 무
슨 별다른 게  없더냐?" 원래 좌우를 피하게 했을  때 이미 몰래 가만히 엿듣는
자가 있어 그  사이에 먼저 통인에게 통지해  주었던 터라 통인이 "처녀의 왼쪽
가슴 아래에 한 개의 검은 사마귀가 있는데 크기는 밤톨만하고 털이 십여 개 났
소이다. 이로써 가히 증험하소서" 이에 사또가 심히 놀랐다. 그러자 처녀가 얼굴
을 붉히면서 옷을 벗고 가슴을 보이면서 "소녀가 본래 검은 사마귀가 없는데 없
는 것을 있다고 하온 즉  저 간사한 놈이 반드시 사람을 시켜 몰래 듣게하여 꼭
맞추어서 결단키  곤란케 한 것이옵니다.  저놈이 도리어 소녀의  술책 가운데에
떨어짐이니 이로써 볼진대 아까 소녀의 얼굴을 상세히 얘기한 것도 어찌 사람으
로 하여금 먼저 정탐하여  교묘히 고해 바친 것이 아니라 하오리까?" 사또가 크
게 깨닫고 책상을 치며 기특하다고 칭찬한 연후에 이에 통인을 잡아들여 위엄을
보여 준엄히 심문한  즉 통인이 이제는 할 수  없이 스스로 그 죄를 자복하므로
이에 형에  부치어 속히 엄벌에 처하라  하였다. 또한 사또가 그  처녀의 재주와
자색이 뛰어남에도 짝이  없음을 가상히 여기고, 또한 이미 정한  혼인을 퇴하였
다 함을 듣고 처녀의 집에까지 행차하여 그의 둘째 아들과 혼인케하여 머느리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