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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이랑놀기♬/[♡] 꺼리랑

한국인의 성 풍속도 ...11

by 정령시인 2010. 3. 18.

귀신처럼 점 잘치는 소경

  옛날에 어느  고을의 한 선비가 나이  삼십에 비로소 아들 하나를  얻었다. 그
아들이 6,7세가 되자 잘  생긴 얼굴이 출중하여 심히 귀여워하며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귀신처럼 점 잘치는 소경을 만나서 그 귀여운 아들의 수요를 묻
게 되었다. 소경이 점괘를 짚어 보더니 "이 아니는 열 다섯 살만 지나면 과연 귀
하게 될 격인데 처를 얻자 얼마 후에 반드시 횡사하리라" 라고 점괘대로 말하니
"이미 귀하게 된 품격이 있을진대 또한 어찌 횡사할 이치가 있으리오? 무엇으로
써 가히 횡액을  면하리이까? 원컨대 가르쳐 주소서"  하고 크게 두려워 말하니
"천기는 누설키 곤란하오 그대의  정상이 가긍하고 아이 또한 가히 아까우니 내
마땅히 화를 면하는 계책을 지시하리이다. 이 아이가  혼인을 지낸 후에 사흘 동
안은 절대로 처가집에서  자서는 안되며 조석의 밥과  심지어 한 잔의 물이라도
처가의 물건은 마셔서는 안되며 또 왔다갔다 하기만 하여도 자연히 앙화가 있으
리이다. 또한 작은 그림 한 폭을 줄 터이니  절대로 열어 보지 말고 단단히 주머
니 속에다 넣었다가 만약 위급한 때를 당하거든 내어 보면 마땅히 화를 면할 수
있는 도리가 있으리니 반드시 명심하여 경계하고 주머니 속에 간직하게  하소서"
하니 아이의 아버지가  명심한 후에 도한 그 아들을 계칙함이  절절하였다. 과연
열 다섯 살에  권력있는 재상의 사위가 되었는데  대례의 날에 신랑은 처가에서
점심과 저녁밥을 다  함께 먹지 아니하였다. 또한 밤에도 신부의  집에서 유숙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서 사흘을 처가에서 묵는 예를 폐하여 버리더니 과연 한잔의
물도 마시는 바 없고  때로 혹은 처가에 잠시 잠시 왕래할  뿐이었다. 처의 부모
가 크게  노하여 의심하고 또한 일가  상하가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혼인을 지낸 지 열흘쯤 지난  어느 날 밤에 신부가 배에 날카로운 칼을 맞고 유
혈이 방안에 가득하여 죽었다. 온 집안이 통곡  황황하여 그 연고를 알지 못하더
니 중의가 모두 "신랑이 혼인한 날로부터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더니 이는 반드
시 곡절이 있는  것이라. 이버너이 뜻밖의 변괴의 원인은 틀림없이  신랑에게 있
다. 만약 스스로  와서 행한 짓이 아니면  반드시 사람을 보내어 죽인 것이리라.
불가불 법에 고소하여 한 번  엄하게 밝히면 분명히 단서를 얻으리라 " 하니 장
인이 또한 의심을하여 한쪽으로 정장하고 한쪽으로 추판에 일러서엄혹히 밝히라
고 명하였다. 형조가 발차한 후에 신랑을 잡아와서  그 처가에서 숙식치 않은 이
유를 힐문하여 "이제 신부가 칼을 맞고 죽은  것이 틀림없이 너의 행사라. 이 정
장 있는 것이 또한 혹은 괴이할 것이 없으니 이것이 의옥의 큰 것이니 고하라 "
하며 이어 위엄을 갖추어 물으니 "처가에서 숙식을 하지 않은 것은 어떠한 연고
인지는 알지 못하고  다만 친교를 좇았을 뿐입니다. 신부의 참사는  실로 의외의
일이라 범한 바 없으니 무엇으로써 직고하오리까?" 추조가 엄형으로써 묻고자하
여 이내 형구를  갖추었다. 이에 신랑은 어찌할 바를 몰라  통곡 발명하였으나장
차 그 형벌을 면할 길이 없었다. 그때 홀연히  마음 속으로 맹인이 준 그림을 생
각하고 이에 주머니에서 꺼내어 봉한 것을 뜯어 큰 소리로 "원컨대 법부는 이것
을 보시고 처분을  내리소서" 하니 형판이 그림을 본  즉 곧 누런 종이 위에 개
세 마리를 그린  것이었다. 묵연히 심사숙고하기를 반식경에 형리들을 불러,  "너
희가 신부집에  가서 전갈한 후에 그  집의 족척은 물론이요, 문객과  종의 무리
가운데 만약 김삼술이란 자가 있거든 불러 보내라고 말하고 만일 현장에 있거든
데리고 오너라" 하니 형리들이 곧 신부의 집에 와서 전갈하니, 종놈 가운데 과연
김삼술이란 자가 있었다. 형리들이 데리고 와서  고하니 추판이 곧 잡아들이게하
여 정색하고 "너의 죄는 네가 마땅히 알 것이니 감히 숨길 수 없으리라. 내 이미
밝게 알고 있으니 일일이 바로  아뢰고 소년 양반으로 하여금 횡액케 하지만 않
으면 너도 또한 견디기  어려운 악형은 받지 않으리라" "소인이 반드시 죽을  죄
가 있어서 이렇게 밝게 물으시는 바에 어찌 감히 일호인들 속일 수 있으리이까?
소인이 일찍이 그  댁의 아가씨와 더불어 몰래 사랑을 속삭여  왔었습니다. 그러
다가 약속하기를 혼례를 하더라도  신랑을 모살하고 몰래 어디론가 멀리 도망쳐
백년을 해로할 뜻으로  금석의 언약을 하였는데 의외로  신랑이 초례만 지낸 한
번도 처가에서 유숙치 않을 뿐  아니라 음식과 수장까지도 조금도 입을 대지 않
아 이로 인하여 찔러 죽이거나 독살할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러한 때에 아
가씨 또한 말하기를 '지나간  불미스런 일은 후회 막급입니다. 이제 이미 부모가
정해준 배필을 만났으니 어찌 가히 계속  음탕한 일을 일삼으리오?' 하고 소인을
거절한 후에 가까이  오지도 못ㅎ게 하니 소인이  통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과연
어느날 밤에 몰래 신부방에 들어가  찔러 죽이니 하나는 약속을 어긴 분함을 설
원함이요, 하나는 신랑에게  그 재화가 옮겨가게 하고자 함이니 이제  천신이 죄
를 주어 악한  일이 발로하였은 즉 이밖에 다시 사뢸  말씀이 없습니다." 추판이
크게 노하여 곧 그  자를 박살하고 신랑을 방송하였다. 까만 종이에  개 세 마리
를 그린 것은 까만  종이는 김씨 성을 이름이요, 술자는 곧  구자와 더불어 뜻이
같으니 이로써 보면 어찌 김삼술이 아니랴? 맹인의 이와 같은 신복이 이 세상에
드문 바이요, 추조의 이와 같은 판단도 또한 뛰어난 판단이었다. 맹인의 밀 점친
것과 추당의 곧 바로 해석하였음이  가히 신명이니 만약 이와 같은 영복을 얻으
면 일반 운수를 어찌 가히 알 수 없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