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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이랑놀기♬/[♡] 꺼리랑

한국인의 성 풍속도 ...10

by 정령시인 2010. 3. 18.

점괘로써 흉을 피하고 길하게 나아가는 것이 정녕코 있으나
 

  옛날에 한 선비가 먼 시골에 갈 길이 있던 차에 유명한 점장이 맹인이 있음을
듣고 찾아가서 "내가 이번 원지 행역에 가히 무사히 가고 올 수 있겠는지? 나를
위해 점쳐 주시오."하여  맹인이 점을 쳐 보더니 한숨을 후욱  몰아 쉬며 점괘를
말하였다. "떠나서 사흘째  대낮에 반드시 횡사라리니 가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
다" "만약 횡사할 줄  알고 어찌 떠나겠소? 다만 볼 일이 대단히 요긴하니  무슨
피흉면액의 길은 없겠소? 그대는 나를 위하여 모름지기 다시 한 번 점을 쳐주시
오" 하는 지극한 간청이 있자  맹인이 다시 점친 후에 반 식경이나 깊이 생각한
끝에 "과연 한  번은 액을 면하고 무사히  돌아올 길이 있으니 모름지기 스스로
생각하여 도모하면 길을  떠나가도 무방하리이다."하니 "차례로 말해 주시오.  죽
음에서 생을 구함이 어찌 능히 도모하지 못할 일이리오?"
"떠나서 사흘째 되는 날, 날이 밝을 즈음에  길을 가다가 처음 만나는 여인을 기
어이 간통하면 액을  면하게 될 것입니다." 선비가 이 말을  명심하여 듣고 길을
떠난 지 과연 삼일되는 날에 일찍 떠나서 삼사십리 길을 간 즉 한 여자가 길 옆
의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처음 보매 상을 당한 집의 여자같았다. 이에
말에서 내려 노방에  앉아 있으니 얼마 후에  여자가 일어나 돌아가거늘 선비가
그의 종에게 "너는 말을 주막으로  끌고 가서 말을 먹이고 쉬고 있으면 내가 잠
시 볼 일이 있어 오늘  저녁이나 혹은 내일 아침에 가리니 너는 그 때까지 잠자
코 기다리고 있거라  " 종이 말을 끌고 먼저  주막에 간 후에 선비가 이 여인을
따라간 즉 반 식경쯤 간  곳에 한 초가집으로 들어가거늘 선비가 뒤따라 문으로
들어가니 고요하며 한  사람도 없어 문정이 쓸쓸하였다. 그때 여인이  돌아다 보
면서 괴상히 여겨 이렇게 물었다. "어떤 양반이 남의 아녀자의 뒤를 따라 왔와사
옵니까?" 선비가 아무도  그 안에 없음을 보고  이에 무릎을 꿇고 "내가  대단히
민박하나 사정이  있어 그대에게 애걸하노니  즐거이 좇겠습니까?" 이렇게 말했
다. 그러자 여인이 놀라워 하며 "과연 무슨 일이오니까? 말씀이나하여 보옵소서"
"내가 지금 천 리 길을  떠났는데 떠날 때 길흉을 점친 즉 오늘 길 가운데서 처
음 만나는 여인과 한 번 상관해야만 횡사를 면한다 하니 오늘 처음 만난 여인은
그대인자 그대를 잠깐 본 즉 사람 됨됨이가 지중지귀하거늘 바라건대 그대는 장
차 죽을 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 마음의 염치없음을 꾸짖지 말고 그대
마음의 음덕을 베풀어 마땅히  도와 주시오" 여인이 말없이 깊이 생각하다가 잠
시 후에 "내가  비록 민간의 상놈의 딸이지만  일찍이 이와 같은 난잡한 행동이
없었사오나 양반의 정상을 들으니 결코 색을 취해서가 아니요 남편이 멀리 떠나
없고 첩이 혼자 있으니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함은 또한 좋은 일이나 다만 백주에
몸을 허락함이  몹시 부끄러우니 머물러 기다리시다가  밤에 하심이 어떠시옵니
까?" 이렇게 말하자 선비가  심히 기뻐하며 앉아서 기다려 밤이 되매 서로 한덩
어리가 되었다. 새벽이 되어  일어나 작별할 때 열 냥의 돈을  주니 여인이 받지
아니하고 "내가 한 번  몸을 허락하였음은 곧 사람을 살리려고 하였을 뿐이옵니
다. 어찌 물건을 받겠사옵니까? 돌아가시는 길에는 다시  반드시 찾을 필요가 없
겠사옵니다." 하니 선비가 기특히 여기고 이별한 후에 곧장 주막으로 달려 갔다.
그의 종이 문을 열고 황망히  절을 하면서 "어제 십여 리를 가서 돌다리에 이른
즉 돌다리가 갑자기 무너지며 말이  물 가운데 떨어져서 바위와 돌 사이에 부디
쳐 허리가 부러져 죽으니 소인이  경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 말을 가까운 마을에
팔고 빈 몸으로 왔은 즉 낭패가 적지  않사옵니다." 하니 선비가 또한 어찌할 길
이 없어 그곳에서 다시  말을 세 내어 왕래했다. 만일에 그가  그날 여자 때문에
지체하지 않았던들 다리가 무너지며 말이 떨어질 때에 틀림없이 죽음을 면치 못
했으리라. 맹인이 당일에 처음 보는 여자를 점쳐  얻은 것은 바로 지체하여 흉을
피하게 함이니 이것이 어찌  신험이 아니겠는가? 이로써 보건대 흉을 피하고 길
하게 나아가는 것이 정녕코 있으나 그러나 저와 신복을 어찌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선비는 이와 같음에 오직 탄복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