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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연꽃홍수

볼링을 치다/ 정령시집[연꽃홍수]중 68쪽

by 정령시인 2010. 11. 25.

볼링을 치다/정령

 

 

 

 오래된 일기를 본다. 볼펜촉 쇠공이 그려낸 알싸한 순간들 여실하다. 인물좋고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들 하루가 멀다하고 넘어지고 깨져 봐. 아내밖에 모르는 팔불출 당신들

하는 일마다 꽝되고 여자들만 꼬여 봐. 만사형통에 미모 출중한 아낙네들 혼자되어 쓸쓸하게 몇날며칠 썩어 봐. 웃음꽃이 만발하는 다복한 집집마다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상소리만 해대 봐. 괜한 목울대만 아우성쳤다. 떼구르르 잉크자국 깊게 깊게 남기며 볼펜촉 쇠공은 닳아 없어지고 잉크마저 말랐다. 떼구르르 볼펜촉보다 더 굵은 허상들, 춤추듯 넘어지며 웨딩마치에 꿈꾸는 나를 비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