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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연꽃홍수

종이배/ 정령시집[연꽃홍수]중 22쪽

by 정령시인 2013. 6. 4.

종이배/정령

 

 

 노아의 방주가 오랜 세월 종이로 탈바꿈 했겠다. 산을 깎고 아스팔트가 난 길 석조울타리에 나앉은 걸 보았거든. 하늘이 까매지고 통곡하는 소리 격하게 들렸거든. 그럴 때가 있었거든. 온몸에 흐르던 핏줄기가 거꾸로 솟아 멈추지 않고 귓속에 선바람소리만 쌩하니 지나고,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하던 그런 세상이 무너지는 날, 모든 생명들의 연장을 위한 단 하나의 짝들만 탈 수 있었던 안식처, 홍수를 이겨낸 후, 방주의 문을 활짝 열고 힘차게 내디딘 맨땅, 이 종이배도 그랬겠다. 조금씩 말라가며 또 다시 물 위에 뜰 그 날을 위해 당분간은 제 몸을 깎아 종이로라도 있어야했겠다. 작은 개울에서 물에 뜨는 연습을 하며 반가움에 눈물 조금 흘렸겠다. 아무도 그 심정 몰랐겠다. 오늘 이 배도 하늘이 무너지고 거센 비바람 몰아칠 때 통곡하며 짝지어 오던 그 기억, 오도카니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