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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연꽃홍수

할매감자 / 정령 시집[연꽃홍수]중 77쪽

by 정령시인 2013. 6. 4.

할매 감자/ 정령

 

 

  알감자가 열매처럼 매달렸다.

  하얀 뿌리가 감자 속을 파고든다.

  알맹이가 진이 다 빠져 할매같이 되었다.

  겨우내 베란다 구석에서 옹송그리며 그대로 한해를 났다.

  제 몸을 양식인양 먹여 새끼들이 알알이 영글었다.

  돌아가신 할매가 지난 가을 올려 보내온 감자다. 

  그 몸으로 심고 가꾸어 알감자로 영글었다.

  할매 몸속의 그것도 쉬지않고 자라서 싹이 났다.

  까만 머리카락도 보송보송 올라왔다.

  씨감자의 눈 같이 땡글한 눈으로 까매진 머리카락,

  감자 잎사귀만큼이나 자란다며 반짝이기도 했다.

  할매 몸속 양분을 머리카락이 빼먹는 걸 알지 못하고

  감자는 잘 자랐다.

  그 사이 자란 것은 또 있다.

  알토랑 같은 손주들이 할매 손에 가득 안겨 있다.

  튼실한 알감자들이 땡글한 눈으로 할매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