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감자/ 정령
알감자가 열매처럼 매달렸다.
하얀 뿌리가 감자 속을 파고든다.
알맹이가 진이 다 빠져 할매같이 되었다.
겨우내 베란다 구석에서 옹송그리며 그대로 한해를 났다.
제 몸을 양식인양 먹여 새끼들이 알알이 영글었다.
돌아가신 할매가 지난 가을 올려 보내온 감자다.
그 몸으로 심고 가꾸어 알감자로 영글었다.
할매 몸속의 그것도 쉬지않고 자라서 싹이 났다.
까만 머리카락도 보송보송 올라왔다.
씨감자의 눈 같이 땡글한 눈으로 까매진 머리카락,
감자 잎사귀만큼이나 자란다며 반짝이기도 했다.
할매 몸속 양분을 머리카락이 빼먹는 걸 알지 못하고
감자는 잘 자랐다.
그 사이 자란 것은 또 있다.
알토랑 같은 손주들이 할매 손에 가득 안겨 있다.
튼실한 알감자들이 땡글한 눈으로 할매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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