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정령
햇살좋은 담장 너머로 선발대회가 한창이다. 과시하려는 몸사위로 매혹적인 에스라인을 뽐내며 한걸음한걸음 디딜때마다 노란 별꽃들이 순번대로 피어난다. 넉넉한 프레어 스커트를 착용할 것과 까실까실하고 날카로운 살갗으로 호리호리한 허리를 감싸안아줄 것, 지조있는 품위와 후덕한 인상으로 관대하게 웃어줄 것과, 매일 한 번은 벌에게 꽃가루를 내어 주고, 항상 의리와 정으로 돈독함을 유지할 것 그리고, 아낌없이 내어주고 용기있게 죽을 수 있는 힘이 선발조건이란다. 서있어야할 틈 비집고, 비비며 가야할 곁 묵묵히 견주며 더듬이처럼 덩쿨손들이 앞장서 간다.
비가 내린다.
노란 우산을 받쳐 든 소녀가 담장 곁을 총총총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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