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정령
전철은 도사의 방이다. 제자들이 파김치가 되어 축지법으 로 달려온다. 하루가 모자란 저녁이다. 가만히 있어도 움직 여주는 에스컬레이터 말하지 않아도 모두 눈으로 말하는 법 을 알고 있다. 세상을 짊어진 그들은 축지법을 철강의 힘으로 자리를 이동 중이다. 도사의 방, 지팡이를 든 도사는 없고 일정하게 흔들리는 손잡이만 주문을 외운다. 수리수리 마수리 수리수리마수리, 주문을 받은 이들은 세상을 주무르 는 꿈을 꾸다 방을 나가고 다시 다른 이들이 그 자리를 채운 다. 몇몇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한 소녀가 도사의 방 에서 쪽지를 나누어준다. 주문을 외우던 손잡이 솔깃해서 살랑거리던 몸짓을 멈추고 본다. 쪽지에는 생활이 어렵고 엄마가 집을 나가 분유 먹이기도 힘들다는 내용이 제자들의 무릎마다 올려진다. 저쪽 잘 나가던 공장이 망해서 오늘은 덤핑으로 넘기는 거라며 사정을 호소한다. 주문이 끊이지 않는 도사의 방. 추레한 여인이 찾아와 십자가를 들고 크리 에이터를 외치고, 제 나이보다 조금 어린 아이를 등에 업고 껌을 나눠주는 훈훈한 도사의 방, 마수에 걸려 지치지 않고 세상살이를 담아둔다. 축지법이 통하지 않아도, 주문이 통하 지 않아도, 도사의 방은 매일 성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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