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인의 외도/정령
-중남미문화원에서-
로시난테가 돈키호테를 태우고 진격하던 그때 갈기를 날
리던 말도 앞말을 든 채 얼었다. 멕시코 여인이 빅토르 구티
에레스의 모델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바다 건너
풍문으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풍문이 떠돈 곳은 중남미의
여러 곳일 거라는 추측을 깨고 청동빛 벤치들마다 수근대는
이들로 연일 붐비는 작은 박물관에서였다. 마야, 잉카, 아스
텍, 고대에서부터 찬란했던 연애담은 태양의 돌 안에 고스란
히 옥타비오파스라는 시인이 옮겨놓았다. 그 둘은 멋진 라틴
풍의 의자와 탁자들이 그림처럼 놓여 있는 이 곳에서 작업을
하며 황홀하게 미래를 설계했다. 인디오 카니발 의식 때에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 둘 사이의 관계를 숨기기도 하였다. 소
문이 늘어날 때마다 여인의 미모를 탐한 이들이 별의 별 것
들을 가지고 암투를 벌였다. 칠레 조각가 부스타만테는 항아
리 벽을 가져왔고, 파라과이의 구루삐는 양기가 가득하다
자랑했다. 멕시코 여인과의 관계가 모델과 작가와의 만남이
었다고 밝힌 라우라가 무시로 엉덩이를 들어 당당하게 호기
심 가득한 이들에게 손짓발짓을 하기도 하고, 카르멘이 넓은
치마폭을 펼치고 앉아 무슨 이야기만 했다하면 시원하게 말
하는 통에 멕시코 여인들의 품은 당차고 힘 있어 보였다.
여인들의 외도는 마을을 가꾸고 전통을 잇는 방식으로 점점
커져갔다. 작은 박물관 앞은 풍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 그
여인들을 보기 위해 날마다 줄 서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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