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용서해/정령
-영화 [대지진]을 보고-
바람이 분다. 비를 몰고 온 바람은 폭풍우로 돌변하여 가슴
팍을 후벼판다. 생각이 자라지 않은 채 선택은 불리했고 씨
앗은 여물지 않았다. 여물지 않은 씨앗은 싹을 제대로 틔우
지 못했다. 햇빛과 물을 충분히 주어도 노랗게 변색되었다.
변색되어가는 놈을 살려보겠다고 공들인 시간이 모래알처
럼 쌓였다. 그렇게 공들인 씨앗 옆에 막 자란 꽃은 고운 빛깔
을 자랑하며 단단하게 여물어갔다. 햇빛을 받고 빗물을 받고
혼자 채워나갔다. 시간이 흐르고 공들인 싹도 꽃이 피었다.
그 꽃을 오래 두고 보려고 가까이 두었다. 혼자가 된 꽃은
이리저리 나돌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달리는
차창에 부딪히기도 했다. 아버지의 빈 자리가 날아다니는
씨앗처럼 꽃들을 떠돌게 했다. 고이고이 키워 가꾼 그 꽃도
자라서는 여기저기 떠돌았다. 엄마는 삼십 년이 넘도록 지진
이 난 그 곳을 떠나지 못했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는 구조
대의 원망스런 말소리를 기억하는 누이는, 지진 피해를 입은
다른 현장에서 깔린 아이의 다리를 잘라서라도 구해달라며
오열하는 아이엄마를 본다. 엄마가 했어야 할 선택을, 뼈아
픈 절규를 누이는 용서한다. 바람이 비를 뿌리고 있다. 막
자란 씨앗들이 자리를 찾아 스며들 것이다. 아파하지 말자.
두려워하지 말자. 언젠가는 모두 알게 될 일 아니던가. 이제
모두 잊어버리자. 너도 날아가고 나도 날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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