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나라 무수리/정령 어느 왕국에 눈은 동그랗고 몸집은 자그마한 종족이 건너왔다. 사람들은 작고 귀여운 외모에 반해 서로 친해지려고 갖은 교태와 아양을 떨었다. 그 종족은 한 집 건너마다 분양되어 살게 되었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수리가 되어 갔다. 다리에 살이 찌면 안된다고 산책을 빠짐없이 해야했고, 끼니는 아주 소량만 먹여야 했다. 때 맞춰 정기검진을 하고, 미용과 목욕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 종족은 날로 늘어났다. 때로는 집을 뛰쳐나가 자유롭게 떠돌기도 하였고, 어떤 종족은 병을 얻어 버림을 받기도 했다. 좋은 종족을 하사받아 모시게 된 사람들은 저마다 값비싼 옷들과 장난감으로, 그 종족의 환심을 사려고 별의별 물건을 다 사다 바쳤다. 그럴 때마다 그 종족은 꼬리를 흔들어서 감사 표시를 하거나 벌러덩 누워 팔다리를 꼬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흡족해서 안아주기까지 하였다. 심지어 입맞춤도 하고 한 이불속에서 자기도 했다. 왕이라고 자처하던 사람들이 저마다 모시고 사는 일에 대해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 족속이 되어갔다. 사람들은 잘 생긴 외모에 환상을 가지고, 자기가 얻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며 번져가는 종족수를 자랑하기도 하였다. 그 왕국에서는 그 종족만 가는 집, 카페, 샵, 병원도 만들어서 거뜬히 그 종족과도 살수 있게끔 나라를 꾸몄다. 급기야는 왕국 안이 그 종족들로 무수리 천지가 되었고, 하여 그의 번식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중성화수술이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씨 없는 수박처럼 내시가 된 종족들을 무수리가 되어 모시는 일이 생겨났다. 말로는 반려라고 하지만 성대수술하고, 중성화수술하고, 차떼고, 포떼고 남은 껍데기종족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무수리처럼 살아가는 왕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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