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령의시인바람♬/[♡] 연꽃홍수

긴가민가/정령시집[연꽃홍수]중 95쪽

by 정령시인 2013. 9. 12.



긴가민가/정령

 


  비오는 날이었어. 사방이 짙은 먹구름 탓에 깜깜했고 굵은

빗방울은 우산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출렁거렸어. 제이는

약속시간에 맟추기 위해 창가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있었

지. 현관 유리문은 열려 있었고 제이가 있는 곳은 오층 휴게

실이었어. 콤펙트를 볼에 톡 하는 순간 청소부인 듯한 여자

가 지나가는 게 보였어. 제이는 아무도 없는 게 아니구나

했어. 하던 화장을 계속 했어. 이번엔 눈썹마스카라를 올리

고 있었지. 남자가 획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거야. 아직

근무중이구나 하면서 그 남자의 뒷모습을 따라 갔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 다시 화장을 마무리 하는 중이었어.

술에 립그로즈를 바르는데 여자가 또 지나가는 거야. 발소리

도 없이. 후다닥 뒤쫓아가 봤는데, 뒤쫓아 갔는데, 갔는데,

엘리베이터도 계단 쪽도 인기척이 없는 거야. 뭐지, 쫘악 소

름끼치는 이것. 창밖에 비는 점점 더 굵어지고 복도 거울을

바라보는데 발이 땅에서 떠 있는 거야. 제이는 계속 화장을

하고 있었어. 너 내가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