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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ㅋㅋ라는갑

by 정령시인 2019. 11. 8.




1.

어느 부끄럼나라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임금이 있었어. 그 나라에는 비읍이 없었어. 임금이 얼굴만 내놓고 온통 감싸고 다니면서 자만 들어도 경기를 해서 백성들도 덩달아 싸매고 다녀야 했고 심지어 동물들도 싸매야 했어. 말은 네 발에 바지를, 소는 망토를 두르고, 닭은 밑이 뚫린 치마를 입었지. 민감한 단어인 이 들어간 단어를 쓰질 못하게 해서 백성들은 바람을 아람이라 하고 벌러덩은 얼러덩, 벌거숭이는 얼거숭이, 벗다는 엇다, 벚꽃은 엊꽃, 봄은 옴이라고 읽었어. 백성들은 말이 꼬이자 말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온 나라 안이 침묵했어. 쪽지가 떠돌기 시작한 건 그 쯤일 거야. 쪽지엔 한 날 한 시에 모두 홀딱 벗고 다니자는 내용이었어. 작전개시일 임금은 기절할 지경이었을 거야. 모두 벗고 있는데 혼자만 옷을 입었잖아.

 

2.

한참을 고민하다가 봄바람은 불고 벚꽃은 흩날리는 볕 좋은 날 벌거숭이들이 산다는 나라를 방문하는 꿈을 꾸었어. 홀딱 벗은 벌거숭이들이 바다에 누워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에서 봉긋한 가슴으로 배꼽으로 보드라운 살갗이 이어지는 반듯한 다리까지 발기된 채 바라보는 자신에게 벌거숭이 여인이 전해주는 이라는 숭고한 단어를 받아들고, 오일을 바르고 반질반질한 피부를 만지려는 찰나.

 

3.

은 사랑을 받는 그릇이 되었고 지금도 은 부끄럼나라에서 입을 벌리고 비밀을 지키며 온 나라 안에 을 채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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