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령의시인바람♬/[♡] ㅋㅋ라는갑

쫌*

by 정령시인 2019. 11. 8.


*






입술을 모은다

뒤꿈치를 살짝 든다

두 손을 모으고 아랫배에 힘을 준다

어깨를 모으고 허리를 고정한다

별나라에 사는 나팔수의 피리소리다

머리칼이 쭈삣 서고 눈은 허공을 떠돈다

허공을 떠도는 씨앗들이 미리내 강가에 노랗게 피어난다

산천이 들썩이고 지구가 들썩이고 우주의 별들이 한바탕 뒤집어지는 지경이면 날아가던 새도 날개를 접고 솟구치던 물길도 잠잠해진다 노랗던 꽃잎도 피리소리에 고개를 떨구고 버스도 바퀴를 굴리지 않는다 팔팔하던 열정도 길바닥에 주저앉고 꽃을 꽃이라 말하면 입술이 트고 수천억을 삼킨 고래는 아직도 배가 고파 허덕인다 하나같이 소리를 자르고 의미를 자르고 언어를 자르고 글자를 자르는데, 하나 같이 귀도 닫고 눈도 닫고 입도 닫고 코도 닫는다.

입술을 모으고 주먹을 쥐고 외쳐야 한다

들으라고 들어보라고

땅이 꺼지고 비행기가 추락한다

우박이 떨어지고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는다

빙하가 녹고 물개가 청새리를 잡아먹는데 못 알아 듣는다

우주가 듣고 지구가 듣고 태양이 듣고 달이 듣고 별이 듣고 나무가 듣고 잎을 피우는데.

 

* : 경상도 사투리로 그만 해, 하지 마의 뜻.


' ∑령의시인바람♬ > [♡] ㅋㅋ라는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주의 반딧불이  (0) 2019.11.08
팽,  (0) 2019.11.08
  (0) 2019.11.08
ㅋㅋ라는 갑  (0) 2019.11.08
19금 소설  (0) 2019.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