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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읽기-최정[푸른 돌밭]

by 정령시인 2020. 5. 2.

 

 

농부가 되는 일

시를 짓는 일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일을 대견하게 해내는 농부가 있다.

밭을 맬 때, 씨를 심을 때, 땀을 닦을 때, 말이 하고 싶을 때

그는 농부가로 대신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달빛에 눈밭에 돌밭에 별빛에 심었다.

대단하고 대견하고 뿌듯하다.

마치 한 해 농사를 지은 기분이 이럴까.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일은

아마도 신에 가까울 수 있을것 같다..

신이 내린 자만이 땅을 만질 수 있지 않을까.

그저 대단하고 경이롭기까지하다.

 

시감상)

 

삼시 세 끼

 

 

주어진 대로 보는 것만

느끼다 보니

즐겨 쓰는 말의 종류가

자꾸 줄어든다

 

날씨, 풀, 벌레, 꽃, 개와 고양이 정도의 말이면 충분하다

 

밥 달라 심히 보채는 옆집 고양이에게

그래 밥 줄게, 이 게으른 복부비만 고양이야!

이게 하루치 말의 전부인 적도 있었다

 

양념기 쫙 뺀

시 한 편 써 놓고

 

단순하다 못해 밋밋해서

 

머리가 비워지는 건지

평화롭다 못해 게을러지는 건지

 

앞산에게 물어보고

뒷산에게 확인해 보다가

 

삼시 세 끼 먹었으니

이만하면 됐다, 자족하고 마는 날이 있다

그래도 서운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