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되는 일
시를 짓는 일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일을 대견하게 해내는 농부가 있다.
밭을 맬 때, 씨를 심을 때, 땀을 닦을 때, 말이 하고 싶을 때
그는 농부가로 대신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달빛에 눈밭에 돌밭에 별빛에 심었다.
대단하고 대견하고 뿌듯하다.
마치 한 해 농사를 지은 기분이 이럴까.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일은
아마도 신에 가까울 수 있을것 같다..
신이 내린 자만이 땅을 만질 수 있지 않을까.
그저 대단하고 경이롭기까지하다.
시감상)
삼시 세 끼
주어진 대로 보는 것만
느끼다 보니
즐겨 쓰는 말의 종류가
자꾸 줄어든다
날씨, 풀, 벌레, 꽃, 개와 고양이 정도의 말이면 충분하다
밥 달라 심히 보채는 옆집 고양이에게
그래 밥 줄게, 이 게으른 복부비만 고양이야!
이게 하루치 말의 전부인 적도 있었다
양념기 쫙 뺀
시 한 편 써 놓고
단순하다 못해 밋밋해서
머리가 비워지는 건지
평화롭다 못해 게을러지는 건지
앞산에게 물어보고
뒷산에게 확인해 보다가
삼시 세 끼 먹었으니
이만하면 됐다, 자족하고 마는 날이 있다
그래도 서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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