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형시인의 시는 사람을 진솔하게 만든다.
먼데서 끌어당겨오는 마성믜 힘이 시편 하나하나에서 느껴진다.
삶을 직시하며,
현재를 살면서도,
실상은 내면의 깊은 바다를 유영하고,
수도하는 수도승처럼 삶의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심미안은 때때로 외롭고, 아프고, 쓸쓸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심오해서 경지에 이른다. 그러고는 지신도 모르는 사이 자기성찰을 하게 만든다.
한 편 한 편이 시인의 눈을 통하여 본 것이거나, 자신이 직접 뛰어든 경험이면서 언어 속에 묻어나는 사유가 깊다.
가볍다고 느끼다가도 쉽게 읽히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돈형 시인 만이 가진 독특한 색채의 언어가 즐겁다.
그러면서도 자아를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하고, 또 한없이 먼 곳을 바라보며 수심에 잠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여 시가 아니라 수행을 하기위한 잠언적인 수필을 보는 듯이 깊이가 느껴진다.
여러번 곱씹어 보게 된다.
계묘년 정월에 첫소식으로
좋은 시집[잘디잘아서]가 제3회 선경문학상을 수상한 영광을 친히 보여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시감상)
잘디잘아서
잘디잘은 돌멩이처럼 쉽게 구를 수 있다면 부르르 떨며 부서질 수 있다면
아무렇게 뒹굴다 부딪치거나 터져도 웃는 돌멩이처럼 근근이 소멸에 가까워진 돌멩이처럼
닮고 싶다
그런 돌멩이 옆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보면 쓸쓸함도 따뜻하다고 돌멩이에 코를 대면 가슴을 쓸어내린 냄새가 난다고
누군가에 발길질하고 싶을 때 그 냄새를 맡으며 부서질 대로 부서져 잘디잘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고
잘아서 울음도 쉽게 망가지고 식은땀도 넉넉하게 흐르고 어쩌다 뜨거워져도 금세 식어버리는
아주 잘디잘아서 어떤 영혼에도 쉽게 상하는
가끔은 제 돌멩이에 뒤통수를 맞고도 배시시 웃는 돌멩이처럼
아껴둔 쓸쓸함을 아는 돌멩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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