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의시인바람♬919 눈부처 /정령 시집[연꽃홍수]중 97쪽 눈부처/정령 네 눈 속에 사람 하나 서 있다. 네 눈 속에 그 사람 별처럼 반짝인다. 너를 가슴에 품은 사람 눈물 따라 똑 또르르, 나를 보내고, 너도 보내고, 보내고 보내도 네 눈 속에 아직 나 있다. 2023. 6. 6. 그릇/ 정령 시집[연꽃홍수]중 108쪽 그릇/정령 어머니가 우신다. 무명 치맛자락 동여매고 화전밭 일구시던 마디 굵은 손으로 뚝뚝 눈물 훔치시다가, 이 빠진 시엄씨 호령에 꿀꺽 그마저 삼켜버린다. 호리호리한 며늘아기 볼 때마다 쓰다듬고 다독이더니, 손주딸 품에 안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단다. 훌훌 털어보내시니, 금지옥엽 내 아가 아까워서 어쩔꺼나. 벙어리 귀머거리 눈봉사로 살지 말고, 쏟아내고 넘치도록 퍼주면서 살라고, 문간에 나와 손 흔들어 배웅하니 어머니 마음만 타들어간다. 2023. 6. 6. 시계/ 정령시집[연꽃홍수]중 103쪽 시계/정령 넌 이제 끝이다. 그동안 널 만나려고 초란을 불러 꽃다발도 주고 예쁜 브로치 달아주었더니, 쭉빠진 분녀에게 눈웃음 한번 찡긋, 귀여운 시동이하고는 상큼한 입맞춤, 넌 정말 끝이다. 시동이 너 좋다고 기어이 따라나서는 걸 분녀가 잡아두고는, 초란이 오기를 기다려 삼자 대면할 때 나는 대성통곡했다. 초란이, 분녀, 시동이, 그 세 녀석이 한 집에서 나오는 걸 나는 다 봤다. 니들, 딱 걸렸어. 2023. 6. 6. 책읽기-권애숙시조집[첫눈이라는 아해]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머나먼 부산에서 건너건너 시조집이 왔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 가다보니 온통 세상이 다 내게로 다가온다.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시리게 가슴 한 켠이 아려오며 온 우주를 낳느라 애썼을 시인의 노고가 대단하다. 앞으로의 시인의 행보가 빛으로 환하길 빈다. 시감상) 첫눈이라는 아해(兒孩) 허공을 여는 소리 휘파람 느린 소리 숨소리 절반 접어 주머니에 넣어두고 첫눈은 이런 거라지 흩날리는 숨이라지 어디를 건너왔나 중력 없는 발바닥들 엉성한 눈발 속에 지번도 지워지고 엎드려 식은 기다림 안부인 듯 아닌 듯 첫눈에 '첫' 지우고 눈발에 '발'지우고 남은 눈들 담장 너머 오락가락 녹는 기척 머물던 흔적도 없이 서성이다 사라진 너 첫발은 첫눈처럼 눈발은 첫발처럼 고요히 스며들어 설레는 이름자리 언제.. 2023. 5. 25.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2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