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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이랑놀기♬/[♡] 꺼리랑

한국인의 성 풍속도 ...17

by 정령시인 2010. 3. 18.

억세게 운좋은 내서방(?)
 

  옛날에 한 행상인 산길을 가다가  해가 저물자 인가를 찾아 주인을 찾으니 한
여인이 나왔다.  행상인은 여인에게 "저는  떠돌아다니며 행상을 하는 사람이오.
이미 사방이 어두워졌으니 하룻밤 묵을  수 없겠소?" 하자 여인이 왈, "죄송합니
다만 집에 바깥 양반이 없어서 맞아들일 수가 없군요" 하고 말하긴 했으나 완강
히 거절하는 빛은 아니었다. 그래서 행상인은 "비록 주인이 안 계시다 하나 문간
방에라도 좀 묵을 수 있게 해 주겠소?" 하니 여인은 정히 그러시면 그렇게 하라
고 했다. 이윽고 행상인은  봇짐을 문간방에 풀고는 객고를 달래려 하고 있었다.
그 때 사립문에 인기척이 있어  살피니 한 갓쓴자가 조심 조심 들어서더니 그녀
의 방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행상인은 마침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지라 그
뒤를 살금살금 따라가 동정을 살폈다. 그러자 갓을  쓴 자는 갓을 뜨락에 던지고
는 문을 닫았다. 행상은 그 갓을 주워 자기  머리에 쓴 채 엿들으니 이내 사내와
여인이 서로 엉켜  희롱하는 소리가 간지럽게 들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뒷머리
에서 인기척이 있어  돌아다 보니 한 여인이  황급히 다가와 불문곡직하고 그의
소매를 이끌었다. 행상은  묵묵히 소매를 잡힌 채 그녀의 뒤를  따라가자 그녀는
곧장 방 안으로 그를  끌고 들어가더니 "그년의 거기엔 금테를 둘렀습니까 은테
를 둘렀습니까 갑자기 집을 비우기만  하면 밤마다 자고 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자  빨리 옷을 벗어요. 김가에게  일이 탄로나면 당신은  크게 봉변을
당하고 말 거예요"  하고 투정을 부렸다. 행상인 말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여인도  옷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한참 운우가
무르익자 아무래도 자기 사내와 엄청나게 다른지라 이상히 생각한 여인은 "당신,
누구예요?" 하고 물으니 행상인은  "나를 끌고 오면서 내가 누구인지 몰랐단  말
이요?" 하고 되물으니 여인은 "어이구, 이를 어째 우리 바깥 양반이 돌아오면 분
명히 난리가 날  터인데....?" 하고 난색을 보이자  행상은 "그럼 이제 그만  둘까
요?" 하니 여인은 "아니예요, 이미  일이 시작되었으니 어서 빨리 끝내기나 하세
요" 하고 더욱  세차게 끌어안는 게 아닌가?  행상인은 소리없이 미소를 지으며
"기분이 어떻소?" 하고 물으니  여인은 "참으로 별세계랍니다. 주인 양반이 밤새
도록 돌아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겠나요" 하고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다. 이렇게
해서 한바탕의 일이 끝나자 여인은 "이제 빨리 돌아가시어요." 하고 재촉하니 행
상인이 "애당초 무슨 생각에  끌고 왔다가 이제 또 무슨 생각으로 가라는 거요?
공연한 사람을 끌고  와서 이토록 노고케 하고는  빈손으로 쫓아 보내려 하다니
난 절대로 그럴 수 없소." 하자 여인은  몹시 초조하여 상자 속에 깊이 간직했던
피륙 한 필을 내어 주면서 또 다시  재촉했다. 그러나 행상인은 "이따위 피륙 한
필로 그런 노고를  치른단 말이오?"하고는 꼼짝을 하려 하지  않았다. 여인은 안
달이 나서 다시 한 필을 더 내어 주면서 "결코 정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사정이 몹시 화급하니 제발 이제는 물러가 주시어요" 하고 거듭거듭 애걸하였다.
행상인은 그제서야 못이기는 척하고 피륙  두 필을 받아 여인의 방에서 나와 다
시 먼저의 자리로 가서 제자리에 가사을 던져 놓고는 문간방으로 돌아와 안쪽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동이 트려 하자 갓  쓴 사내가 떠났다. 그제서야 주인집
여인이 방문을 열고는 큰  소리로 "손님은 아직 주무시는지요?" 하고 묻자  이에
행상인이 "김서방이 돌아오기를 밤새  기다리는데 웬 갓 쓴 사람이 몰래 스며들
기에 당장 매를 쳐  쫓으려 하였으나 부인의 안면을 보아 내  참았소. 하지만 김
서방이 돌아오면 마땅히 이  일을 바로 고해야 하지 않겠소?" 하고 얼르자 여인
은 사색이 되어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이리 오셔서  내 말을 좀 들어 보셔
요" 하는게 아닌가? 행상인은  곧 더날 셈으로 봇짐을 싸들고 어슬렁 어슬렁 안
방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여인은 "아까 왔었던 이생원은 이웃의 가까운 사이여서
비록 남편이 있을 때에도 종종 놀러왔던 그런 사이랍니다." 하고 변명을 늘어 놓
았다. 이에 행상인이 "아아니 어젯밤에 그와 둘이서 한 그 짓은 무엇인데 부인은
나에게 변명을 하려 하시오?" 하고 화를 내니, 여인은 "그런데 당신의 성씨는 누
구시어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이에 행상인이  "내 성은 내가요. 그런데  그건
왜 묻소?" 하고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여인은 "내서방, 이리다가 앉아 내 말을 들
어 보시어요. 남의 사사로운 일을 폭로해서  내서방에게 유익함이 무엇이 있겠어
요?" 라고 교태를  부리며 그를 다스리려는 것이었다. 행상인은  옳거니 하고 생
각하면서 "뭐 내게도 무슨  좋은 일이 있어야 할 게 아니오?" 하고 그녀의  눈치
를 살피니 여인은 슬며시 행상인의 손목을  이끌며, "내서방이니 어찌 좋은 일이
없겠어요?" 하니 또다시  사내와 여인은 운우의 즉환을 누렸다.  이윽고 일을 마
치자 여인은 아침을 푸짐하게 대접하고는 피륙 한 필을 내 놓으며 "미미한 물건
이지만 이것으로 나의 정을 표하겠어요" 하는  것이었다. 행상인은 이내 못 이기
는 척 하고 피륙을  받아 봇짐에 챙기었다. 행상인을 보고 있던  여인이 그 봇짐
속에 있는 두  필의 피륙을 보고 "이  피륙은 무엇이어요?" 하고 묻자  행상인은
"선행이 있었지요" 하고 씨익 웃으면서 말하니 여인은 하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 버렸다.

 

 

  늙었어도 아직은

 

  옛날에 있었던 일이었다. "도 도둑이야" 시어머니는얼떨결에 소리를 지르며 버
선발로 봉당에 내려섰다.  웬 시꺼먼 사내가 둘째 며느리의 방문을  열고 나오더
니 시어머니를 보자 기겁을  하며 뒤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시어머니는 금새 모
든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년아. 이 더러운 년아!  그 놈이 누구냐? 아이고!
나는 스물 넷에 과부가 되어 이제껏 수절을  하고 살았는데 ;저년이 우리 가문에
똥칠을 하였구나!" 시어머니는 그만 두 다리를 쭉 뻗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스물 넷에 과부가 되어  이날 이때까지 외롭게 살아왔다. 열 네  살밖에 되지 않
은 어린 신랑에게  시집이라고 와서 어린애 시중하듯  삼 년을 고스란히 보내고
겨우 사내 구실을 하게 된지 불과 오년도 안됐는데 병명을 알 수 없는 돌림병으
로 신랑이 죽은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오년 동안 아들 셋을 낳아 남편
그리는 정을 모두 그 아들들에게 쏟으며 혼자  사는 설움을 이겨왔다. 그런데 무
슨 기박한 운명인지 아들 셋을  다 키워 장가를 들여 놓고 나니 해를 세우며 세
아들이 차례차례 죽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시어머니는 눈을  꼭 감았다. 한 집에
과부가 넷이라?  그 후부터 과부가 된 네 여인은 동병상련격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괜히  웃고 떠들고 즐거운 듯이  살아왔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녀들의
가슴 속에는 고독과 우울함이 눈물처럼 고였다. 이  청상 과부들 중에서 가장 입
담 좋기란 맏동서였지만  맏며느리 역을 하느라 바쁜  날이 많았고 막내 동서는
아직 철없는 새색시  탈도 벗어나지 못했으나 둘째  동서는 곧잘 눈물을 흘리며
신세 한탄을 할 때가 많았다. 잘 노는 애를  꼭 껴안고 얼굴을 부벼대는 통에 공
연히 울려 놓는가 하면 "날 두고 어떠면 당신 혼자만 가셨단 말이오....혼자  어찌
살라고....." 가끔 이런 청승도  고잘 부렸다. 좀 유난하다 했더니 기어코 일을 저
지르고야 말았다. 상대는 오랫  동안 머슴으로 안팎 일을 해 주던 최서방이었다.
맏며느리와 막내 며느리는 이런 것을  눈치 채고 있기는 하였으나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어 가슴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마침내는  시어머니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다음 날 둘째 며느리는 최서방과 함께 어디론가  도망을 가버렸다. 이 일로 며칠
을 골탕을 먹은  시어머니는 마침내 덜컥 자리에 눕고 말았다.  그러더니 아침부
터 비가 부슬부슬  청승스럽게 내리는 어느 날이었다. 시어머니는 끝내  "애들아,
너희들만은.... 너희들만은 제발....그런  짓은 하지 말아라....우리 가문을  생각해서
라도......." 하는  유언을 남기고는 기어코 숨을  거두고야 말았다. 시어머니  마저
돌아가시자 남은 두 며느리는 더욱 더 고적한  나날을 보냈다. 게다가 머슴도 없
이 농사를 지으려니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머슴 말만 나오면 최가가 생
각나 아예 입도 안떼고 살았는데  마침내 동네 노인의 주선으로 오십이 넘은 늙
수구레한 노인과 그의 손자인  열 여섯 살 난 소년을 행랑채에  들였다. 그후 조
용한 나날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밤, 맏동서는 더위를 참지 못하
여 웃통을 벗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머슴은  아직 일터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막
내 동서는 저녁을 먹고  이웃 마을에 가고 없었다. 이제 스물  여섯인 그녀의 육
체는 자신이 어둠  속에서 보아도 탐스러울 정도였다. 이제 스물  여섯인 그녀의
육체는 자신이 어둠속에서 보아도 탐스러울 정도였다. 토실토실한 하얀 살결, 부
풀어 오른  유방,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황홀감에 젖어 두 손으로  유방을 감싸
보았다. 짜릿한 쾌감이 전신에  흘러 넘쳤다. "아, 아!" 그러던 그녀는 그만 소스
라치게 놀랐다. 뜻밖에도  어둠 속에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늙은 행
랑 아범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그녀는 흥분을  누를 길이
없었다. 의뭉한 영감태기!  처음엔 그렇게 욕을 해보는  것이었으나 공연히 행랑
아범의 얼굴이 더듬어지는 그녀였다. 며칠 후였다. 막내 동서는 친정 오라버니의
생일을 겸하여 오랫동안 못보던 친지들에게 인사나 하러 다닐 심산으로 한 달을
예정하고 친정으로 떠났다.  그러나 막상 친정에 와도 별로 속시원한  일도 없고
해서 불과  보름을 있지 못하고 다시  시집으로 돌아왔다. 오십 리  길을 여자의
걸음으로 헤어오니 대문을 들어섰을 땐 한밤중이었다.  벌써 돌아올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을 맏동서를 놀라게 해  줄 생각으로 살금살금 맏동서의 방 앞으로 다
가가던 막내 동서는  그만 흡하고 숨을 들이쉬고 말았다. 희미한  등잔불이 까막
까막 춤을 추고 있는 방문에  뒤엉켜 있는 남녀의 모습이 비쳐 나오고 맏동서의
교성이 흘러 나오는게 아닌가? "아이,간지러워. 늙은이가 흉칙스럽게시리... " "허
허... 늙었다고 그대 하나 만족시킬 만한 정력도 안남은 줄 아는가베?" 막내 동서
는 귀를 막았다. 둘째 동서의 부정을 듣던  때보다 더 놀랐으니 말이다. '큰 형님
까지...큰 형님까지.....' 그녀는  술렁거리는 가슴을 안고 중문밖으로 뛰어 나왔다.
그 때였다. "어! 벌써  오셨어요? 그런데 이밤중에 어딜 가세요?" 누군가 앞에서
불쑥 나타나며 말을 붙였다. 깜짝  놀라보니, 행랑 아범의 손자인 열 여섯 살 난
머슴이었다. "으응...그저...." 당황함을 감추며 대꾸하던 막내  동서의 눈에 헌옷을
걸쳐 초라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법 팡파짐한 소년의 가슴이 문득 아프게
들어왔다. 그녀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다부진 목소리로 소년을 불렀다. "이봐!"
"예?" "나하고 좀 같이 가자!" "어디를요?" 막내 동서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앞
장을 서서 재빨리  걸어 나갔다. 소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
다. 그녀는 뒷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가 걸음을 멈춘 곳은 산 중
턱에 볏짐을 많이 쌓아 놓은 후미진 곳이었다.  그 곳은 머슴 녀석들이 종년들을
꾀어 내어 희롱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녀는 숨을 몰아 쉬며 그  자리에 푹 쓰
러졌다. "지금 네 할아버지가 뭘하고 있는 줄 알아?" 소년은 말똥말똥 그녀를 내
려다 보고  섰더니 갑자기 그녀를 와락  끌어 안았다. 늦가을의 밤  공기는 제법
쌀쌀했다. 그녀는 가물가물한 의식속에서 소년에게 전신을  맡겨 놓은 채 중얼거
리는 것이었다. '내 죄는  아니야! 나는 그저 형님 하는대로만 따라하는  것 뿐이
니까.... 형님이 하는대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