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눈도 없다. 비늘도 없다. 가시도 없다. 아가미도 없다. 지느러미도 없다. 먼 옛날 바다를 유유히 자적했다는 설만 있다. 바다가 육지로 변했을 신생대 후기쯤이었을 것이다. 아열대지방의 한적한 모래 언덕에서였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흐물거리던 물고기의 몸은 생의 마지막을 위해 온전히 바쳤을 것이다. 스스로 비늘을 벗고 배를 가르고 통째 말라 굳어 갔을 것이다. 그리하여 말랑한 심장만 남은 나무가 되었을 것이다. 망고를 먹으면 느껴진다. 물고기들의 치열한 생의 마지막 몸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