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숙시인은 말의 강을 잘 넘나드는 사람이다.
그런 그는 언제나 동아리 모임에서도 으스갯소리로 먼저 분위기를 돋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어느새 여섯 번째 시집을 내놓았다.
어휘에서 느껴지는 인간미와,
시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시인의
탐미적 인간에 대한 열망과 사랑은 늘
감탄하게 하며 경이롭게 만든다.
특히 서안나시인의 시평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우리 일상에 내재한 폭력의 경험과 저항의지와 제도권 밖으로 누수되는 소외된 자의 비극적 현실'을 시인의 인간탐구적인 안목에서 언어와 잘 버무려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현대의 인간들은 이중성을 가지고 살아간다했던가 그러나 그런 말도 여기에서는 이미 무의미한 말이 된다. 현대에 와서는 인간 깊숙히 자리한 다중성을 오히려 선호하는 듯 하고 따라서 그들의 생활태도도 사회에서는 살살 거리고 애지중지 하는 일에는 혼자만의 것으로 하려하는 이기적인감정을 드러내게 마련인 것이지만, 시인은 시인의 심미안으로 포착하여 여러 시편에서 심층적으로 잘 드러냈다고 여겨진다.
그런 면에서 시인은 역시 사람을 볼 줄 알아야 시적 공감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고경숙시인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시인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살피고 시공을 넘나들며 그만의 언어로 그 모든 사람들을 껴안고 살아가는 시인의 일면을 잘 드러내어 표출 하였으니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시감상)
하룻밤을 묻다
어느 분의 댓글에서 하룻밤을 묻어가시라는 인사를 보았다
분명 '하룻밤을 묵다'라고 적을 것을 오타가 난 것이리라
어둠 속 갈 곳 없는 하루가 버거워
무작정 달려가 어머니 치마폭에 고개를 묻고
펑펑 눈이 짓무를 때까지 울어본 사람은,
거친 어머니 손이
잔등을 쓸쓸 쓰다듬으며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던밤이 있었던 사람은,
하룻밤을 묵은 것이 아니라
하룻밤을 묻은 것이다
우주보다 널따란 치마폭에 묻혀
눈 뜨지 말고
자작나무 줄기 같은 어머니 손을 잡고
하룻밤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룻밤을 묵은 들, 하룻밤을 묻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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