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적당히 젖어버렸네
새벽이다.
이런 적막한 시간에 잠이 깨었다.
휴대폰의 낯익은 이들의 이름과 프로필을 낱낱이 살피고 살피고
살피다 나를 본다.
어디서 부터 였을까..
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듯
흔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꽃잎이 흔들리듯
나뭇잎이 흔들리듯
비바람에도 온전히 적셔주었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눈이 오면 오는대로
햇살이 비치면 비치는대로
젖었다가,
흔들리다가,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했다.
너무 얼거나 너무 젖어서 허물어지기도 했고,
너무 마르고 부서지기도 해 형체도 모를만큼 바스라지기도 했다.
적당히 바람이 분 날은 모든 것이 달콤했다.
적당히 비가 온 날은 적당히 젖은 채 웃었다.
적당히 눈이 온 날은 세상이 모두 좋았다.
적당히 햇살이 쬐는 날은 모진 말들 조차도따스했다.
살면서 적당히 만큼 좋은 게 없었다.
적당히는 온전히 내것이었다.
어느날 문득 바람이 생각했다.
적당히라는 것은 얼만큼일까?
눈과 비도 바람의 생각에 미치고,
드디어 햇살마저도 해답없는 적당히에 대해 고민하기시작했다..
더이상 적당히는 그들만의 고유한 양일 수 없었다.
그리곤 그들은 턱을 괴고 적당히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의 수렁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적당히 바람을 즐기고,
적당히 눈과 비를 맞으며 젖고
적당히 햇살을 맞으며 따스했던
모든 날이 너무 적당히에 젖은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령의정보담기/[♡]일일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