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우연한 이야깃거리로
중학교1학년 국어책 첫머리에 나왔던
청춘예찬을, 우습게도 똑같이 입을 맞춘 듯이 첫줄을 외우다니..
신기하고 즐거웠다.
잠깐이지만 작가이름이 떠오르지않아
나는 내친구의 외할아버지였다는 것과 그애가 일본어를 꽤 잘했다는 일화를 들려줬고, 그럴만했다고 술잔을 기울였다.
살면서 우정이 생겨나고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있다는것.
참 놀랍고 즐거운 일이다.
그 한가지사실만으로 우린 충분히 청춘이었다.
아!! 미치게 그리운 청춘이여!
사무엘울만 네말이 옳은가!!
수필감상>
청춘예찬
민태원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心腸)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人類)의 역사(歷史)를 꾸며 내려온 동력(動力)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理性)은 투명(透明)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人間)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生命)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 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人生)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希望)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沙漠)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끝까지 찾아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거친 모래뿐일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零落)과 부패(腐敗)뿐이다. 낙원(樂園)을 장식(裝飾)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豊富)하게 하는 온갖 과실(果實)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無限)한 가치(價値)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勇敢)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석가(釋迦)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苦行)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황야(荒野)에서 방황하였으며, 공자(孔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天下)를 철환(撤還)하였는가?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美人)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滿天下)의 대중(大衆)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幸福)스럽고 평화(平和)스러운 곳으로 인도(引導)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 싶이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현저(顯著)하여 일월(日月)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蒼空)에 반짝이는 뭇별과 같이, 산야(山野)에 피어나는 군영(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腐敗)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價値)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이상! 빛나는 귀중(貴重)한 이상! 그것은 청춘의 누리는 바 특권(特權)이다. 그들은 순진(純眞)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罪惡)에 병들지 아니하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遠大)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현실에 대한 자신과 용기(勇氣)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준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皮膚)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生)의 찬미(讚美)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雄大)한 관현악(管絃樂)이며, 미묘한 교향악(交響樂)이다. 뼈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悅樂)의 소리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幼少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 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 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도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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