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의시인바람♬937 책읽기-이승하평설[백년 후에 읽고 싶은 백편의 시] 시의 내용이 보인다. 까마득하게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시나, 너무 꼬아서 낯설음이 도를 넘치는 시도, 이승하시인의 말과 언평으로 들으며 읽으니 새롭고 신기하다. 시를 공부하는 창작반이나, 시를 좀 더 알고 읽어보려한다면 꼭 읽어보도록 추천한다. 진짜 신기한 사투리 시도 있고, 전혀 새로운 언어들의 조합도 있다. 시적 허용부분을 벗어나거나, 시보다는 한편의 영화나 소설을 본 듯한 시도 있다. 다채로운 시들을 다각각의 시각과 언어의 표현으로 속상하지 않게 평해놓아서 읽으면서 내내 고개가 끄덕거렸다. 2022. 9. 21. 몰래쓰는 단양연가-4 징검다리 몰래 쓰는 단양연가‧4 ―징검다리 다리춤을 걷어 올리고 첨벙첨벙 걸어가요. 햇볕이 따가운 날은 금방 햇볕냄새가 나요. 옷이 젖어도 좋아요. 등에 업히는 날은. 물이 불어나 징검다리가 잠기면요. 혼자 건너가다 물에 빠져요. 그 순간 물길을 걸어와 일으켜주면 가슴이 벌떡거려요. 업혀 건너는데 벌떡거리는 가슴이 들킬까봐 숨을 죽여요. 이대로 징검다리가 하늘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면서요, 2022. 9. 2. 사과를 기다리는 사과 /정령 사과를 기다리는 사과 창밖 햇살이 아무렇게나 구겨져 꾸벅꾸벅 졸아요 볼 빨간 사과가 과묵한 사과를 오매불망 기다려요 사과에 독이 들었는지 벌레가 들었는지 베어물기 전에는 이렇다 저렇다 볼 빨간 사과도 과묵한 사과도 잘 몰라요 이름만 사과인 사과도 사과를 찾아와 사과를 내밀어요 물망초를 수놓은 조각보에 사과가 앉아 사과를 기다려요 사과들이 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따라 살살 걸어와요 사과가 헤벌쭉 인사를 하면 햇살은 더 꾸벅꾸벅 졸아요 2022. 9. 1. 사랑 사랑 오늘은 허탕을 치지 말아야할 것이다. 해서 요령껏 넘어갈 담도 봐두고 자리도 살폈었다. 실수 없이 빈집인 걸 두 번 세 번 확인 차 초인종도 눌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신이 나서 마구 주워 담아 의기양양 대문을 열고 나왔다. 성공이다. 하루는 쉬어야지, 물색만 해놓고 휘파람 불며 지나고 있을 때 앗싸, 저기 또 여행가나 보다. 잘 봐 둬야지 이게 웬 떡이람 무게 나가는 것 말고, 현금 좋고, 금은 더 좋고. 그 놈이 그랬다. 홀라당 집을 통째로 털더니 끝내는 꾀가 생겨서 알맹이만 쏙쏙 빼갔다. 에라, 이 도둑놈아! 2022. 9. 1. 이전 1 ··· 48 49 50 51 52 53 54 ··· 2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