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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라는갑41

시의 출생기 시의 출생기 손끝이 바르르 한 줄 물줄기가 촤르르 사과껍질처럼 이어져 지구를 뱅그르르 돌아 제자리에 설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재려고 하지 말아요. 문득 책꽂이에 꽂힌 책등을 쓰다듬다가 앞표지를 열고 면지의 감촉과 색깔과 밑그림만으로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제목을 읽고 차.. 2019. 11. 16.
란제리 홈쇼핑 란제리 홈쇼핑 믿기 싫었어요. 거짓이길 바랬죠. 간절함이 울분으로 될 때까지 고통에 치를 떨며 취조를 당하는 죄인이 되어요. 리모콘으로 수갑 채워진 채 란제리를 본다는 게 고문 중 으뜸인 걸요. 신축성 좋게 늘어나기까지 해요. 몸에 밀착되어도 시원한 원단이라 레이스가 나실나실 .. 2019. 11. 16.
누에 누에 길을 걸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끊을 수 없는 허기가 즐비한 먹거리 골목으로 발부리를 돌리게 해요. 오 신이시여 내 몸을 보호하여 주시옵고 내 마음을 감싸주시어 허기의 목마름을 쫓아 주시옵소서. 허기로 몸 속 깊은 욕망을 감추려고 애를 써요. 통통해진 몸, 하다말다를 반.. 2019. 11. 16.
병실일기‧1 병실일기‧1 ―바람 휘이이 눈썹을 돌아돌아 간지른다. 이슬이 맺힌다. 북극곰의 하얗고 긴 가슴을 휘휘 훑어 뭉툭한 발톱을 한 바퀴 선회한다. 빙산을 넘고 넘어 남태평양 중간에서 데워져 사막여우의 귓볼을 건드리고 낙타를 올라탔을 때 당신이 올려준 머리칼에서 난 향기, 오아시스.. 2019.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