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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라는갑41

망고 망고 눈도 없다. 비늘도 없다. 가시도 없다. 아가미도 없다. 지느러미도 없다. 먼 옛날 바다를 유유히 자적했다는 설만 있다. 바다가 육지로 변했을 신생대 후기쯤이었을 것이다. 아열대지방의 한적한 모래 언덕에서였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흐물거리던 물고기의 몸은 생의 마지막.. 2019. 11. 8.
우주의 반딧불이 우주의 반딧불이 우주 속에 날 것들의 춤사위가 있다. 초록이 짙은 은행잎이 햇살을 갈라 비추는 횡단보도 위를 장미문양 재킷을 걸친 노모가 가방을 맨 여인의 부축을 받으며 종종종 걷는다. 노모의 얼굴에 햇살이 가득 내려앉고, 노란 병아리가 그려진 가방을 맨 아이가 총총총 엄마의 .. 2019. 11. 8.
팽, 팽, 코를 푼다. 불콰해진 달빛을 등지고 나란히 들어선 노래방 목청을 가다듬고 마이크를 잡는다. 키가 크길 하냐 잘 생기길 하냐 직장이 든든하냐 나이도 띠동갑이 뭐냐 지르는 노래가 푸념이고 고함이 된다. 시집가기 전에 친해지려고 여행계획도 짜두고 셀카봉도 사고 화장품도 포장.. 2019. 11. 8.
쫌* 쫌* 입술을 모은다 뒤꿈치를 살짝 든다 두 손을 모으고 아랫배에 힘을 준다 어깨를 모으고 허리를 고정한다 별나라에 사는 나팔수의 피리소리다 머리칼이 쭈삣 서고 눈은 허공을 떠돈다 허공을 떠도는 씨앗들이 미리내 강가에 노랗게 피어난다 산천이 들썩이고 지구가 들썩이고 우주의 .. 2019.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