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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홍수27

텅/정령시집[연꽃홍수]중 63쪽 텅/정령 텅, 텅, 지금은 목하 묵언수행 중이다. 지엄한 호통도 간 곳 없는 암자 속 빈 목어도 석탑 아래 바람도 죽비 맞던 수행승처럼 참선을 하고, 노란 저녁 햇살도 내려와 합장한다. 목탁소리 불경소리 만행 다녀온 바랑인양 주저앉는 산의 어깨, 이슥한 밤 작은 벌레의 움직임에도 가위.. 2013. 6. 11.
도를 아십니까/정령시집[연꽃홍수]중 70쪽 도를 아십니까/정령 전철은 도사의 방이다. 제자들이 파김치가 되어 축지법으 로 달려온다. 하루가 모자란 저녁이다. 가만히 있어도 움직 여주는 에스컬레이터 말하지 않아도 모두 눈으로 말하는 법 을 알고 있다. 세상을 짊어진 그들은 축지법을 철강의 힘으로 자리를 이동 중이다. 도사.. 2013. 6. 10.
칼/정령시집[연꽃홍수]중 66쪽 칼/정령 숨이 다하던 날이었다. 몸의 일부가 구부러져 펴려는 순간, 따개도 없이 깡통의 아가리에 칼끝으로 찌른 게 화근이었다. 도마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눈썹이 휘날리게 달리니, 넉넉한 웃음으로 섣불리 다가가 영영 사라져 버린 이도 종종 있었다. 태풍이 쓸어간 그 자리에는 푸성귀.. 2013. 6. 10.
멕시코 여인의 외도/ 정령시집[연꽃홍수]중 78쪽 멕시코 여인의 외도/정령 -중남미문화원에서- 로시난테가 돈키호테를 태우고 진격하던 그때 갈기를 날 리던 말도 앞말을 든 채 얼었다. 멕시코 여인이 빅토르 구티 에레스의 모델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바다 건너 풍문으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풍문이 떠돈 곳은 중남미의 여러.. 2013.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