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의시인바람♬919 손/정령시집[크크라는 갑]중에서 손/정령 강물은 숨이 차도록 흐르고 숲은 쉴 새 없는 호흡으로 출 렁댄다. 꽃들은 홀씨 되어 가고 나뭇잎은 버석거리다 부서 진다. 웃음소리만 남은 빈 터, 돌 공장 하역을 하다 으스러져 붕대로 싸맨 검지는 마디가 짧다. 광산에 들어가 갱 속에 묻힌 중지는 첫마디가 뭉개 졌다. 떨어지는.. 2013. 6. 4. 바람이 머문 자리 /정령시집[연꽃홍수]중 72쪽 바람이 머문 자리/정령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꽃이 핀다.거리마다 낙엽들로 머물렀던 보답을 대신하고 지금 막 일어서던 바람이 잠시 머뭇거린다. 길가의 작은 꽃들이 다음 생을 위해 씨앗과 이 별을 준비한 까닭이다. 하늬바람에 흔들거렸다면 그 씨앗마 저도 맺히지 못하고 사라질 뻔.. 2013. 6. 4. 할매감자 / 정령 시집[연꽃홍수]중 77쪽 할매 감자/ 정령 알감자가 열매처럼 매달렸다. 하얀 뿌리가 감자 속을 파고든다. 알맹이가 진이 다 빠져 할매같이 되었다. 겨우내 베란다 구석에서 옹송그리며 그대로 한해를 났다. 제 몸을 양식인양 먹여 새끼들이 알알이 영글었다. 돌아가신 할매가 지난 가을 올려 보내온 감자다. 그 몸.. 2013. 6. 4. 종이배/ 정령시집[연꽃홍수]중 22쪽 종이배/정령 노아의 방주가 오랜 세월 종이로 탈바꿈 했겠다. 산을 깎고 아스팔트가 난 길 석조울타리에 나앉은 걸 보았거든. 하늘이 까매지고 통곡하는 소리 격하게 들렸거든. 그럴 때가 있었거든. 온몸에 흐르던 핏줄기가 거꾸로 솟아 멈추지 않고 귓속에 선바람소리만 쌩하니 지나고, .. 2013. 6. 4. 이전 1 ··· 200 201 202 203 204 205 206 ··· 2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