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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238

비바라기/ 정령시집[연꽃홍수]중 87쪽 비바라기/정령 파란 하늘을 감싼 잿빛 구름 성역을 만들고 색소폰소리 담을 타고 밀어처럼 속살 거린다. 창가에 빗물이 쏟아져 부딪 히며 박힌다. 뚜렷하게 긋지 못하는 점들이 빗금을 그어 잇 는다. 떨어진 화살들이 모질게 뭉개져버린 동그란, 여자가 화장을 덧칠한다. 수직으로 내리꽂.. 2013. 6. 4.
손/정령시집[크크라는 갑]중에서 손/정령 강물은 숨이 차도록 흐르고 숲은 쉴 새 없는 호흡으로 출 렁댄다. 꽃들은 홀씨 되어 가고 나뭇잎은 버석거리다 부서 진다. 웃음소리만 남은 빈 터, 돌 공장 하역을 하다 으스러져 붕대로 싸맨 검지는 마디가 짧다. 광산에 들어가 갱 속에 묻힌 중지는 첫마디가 뭉개 졌다. 떨어지는.. 2013. 6. 4.
바람이 머문 자리 /정령시집[연꽃홍수]중 72쪽 바람이 머문 자리/정령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꽃이 핀다.거리마다 낙엽들로 머물렀던 보답을 대신하고 지금 막 일어서던 바람이 잠시 머뭇거린다. 길가의 작은 꽃들이 다음 생을 위해 씨앗과 이 별을 준비한 까닭이다. 하늬바람에 흔들거렸다면 그 씨앗마 저도 맺히지 못하고 사라질 뻔.. 2013. 6. 4.
할매감자 / 정령 시집[연꽃홍수]중 77쪽 할매 감자/ 정령 알감자가 열매처럼 매달렸다. 하얀 뿌리가 감자 속을 파고든다. 알맹이가 진이 다 빠져 할매같이 되었다. 겨우내 베란다 구석에서 옹송그리며 그대로 한해를 났다. 제 몸을 양식인양 먹여 새끼들이 알알이 영글었다. 돌아가신 할매가 지난 가을 올려 보내온 감자다. 그 몸.. 2013. 6. 4.